여름철 대표적 제주 향토음식
콩 부산물 이용한 콩잎
콩보다 더 좋은 효과 지닌 식재료

동맥경화·당뇨·체중 증가 억제 등
콩잎 오래될수록 함량 높아
콩도 치매·유방암·전립선암 예방

여름철 콩잎 쌈은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 제철 음식이 아닐까 한다. 척박한 제주 토질에 알맞은 콩 농사 부산물 콩잎은 한여름 제주인들의 섬유질 공급원으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영밭’에서 얻을 수 있는 한 줌 콩잎 쌈은 여름철 최고 영양식이다.

현대인들은 고열량 음식과 편리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이 생겨 고지혈증·비만·당뇨·동맥경화 등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업바이오소재 연구센터 정태숙 박사는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농산자원을 이용한 대사증후군 예방, 치료용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에서 동물실험 및 인체시험을 통해 콩잎 추출물이 비만과 동맥경화 및 당뇨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0주 동안 지방함량이 높은 사료와 함께 콩을 파종한 후 수확한 콩잎 주정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실험동물(생쥐)이 지방함량이 높은 사료만 먹은 ‘대조군’에 비해 9.7∼12.1% 가량 체중 증가가 억제됐고 혈액 내 중성지방도 15∼16% 감소했다.

아울러 동맥경화 모델동물을 대상으로 12주간 실험을 실시한 결과 콩잎 주정추출물 투여군이 대동맥 내 병변 축적 및 동맥경화 유발의 주요인자인 대식세포의 침착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간조직 및 간세포 내 지방축적도 줄어 콩잎 주정추출물이 동맥경화와 지방간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밖에 과체중 대상자에게 실시한 인체실험에서도 콩잎 주정추출물을 복용(10주간)시킨 결과, 대조군에 비해 체지방률과 내장지방률이 감소했다. 또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농도도 콩잎 추출물 군에서 증가해 혈행 개선 및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콩잎이 혈행 개선 및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정태숙 박사는 “효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콩잎이 대사증후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치료용 천연물신약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수확시기 재배조건 콩 품종 등을 달리해 맞춤형기능성 식의약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콩잎은 오래될수록 성분 함량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56일 된 콩잎과 112일 된 콩잎을 비교해 본 결과 오래 된 콩잎의 효능이 더 높았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버려지는 콩잎이 콩보다 더 좋은 효과를 지닌 식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콩잎이 콩보다 훨씬 다양한 건강 기능성 성분이 들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쌈 채소하면 상추가 으뜸이지만, 들깻잎과 함께 사랑받는 것이 있다면 바로 제주콩잎이다. 콩잎을 여름철 별미로 즐겼던 제주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콩에는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레시틴’도 많이 들어 있어 치매도 예방한다. 이소플라본은 유방암·난소암·전림선암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폐경기 여성의 얼굴 화끈거림과 심장병·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콩에 함유된 올리고당은 장 속에 좋은 세균인 ‘비피더스균’이 잘 자라도록 돕는 데비피더스균은 장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해 준다. 또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해 대장암을 예방하고 콩에 듬뿍 들어 있는 섬유질은 소화기를 튼튼하게 만든다.

제주인은 어린 콩잎을 쌈으로 이용하였고 경상도 사람들은 어린 콩잎 보다는 시일이 지난 거친 콩잎 혹은 수확 시기가 되어 노란색을 띤 콩잎을 이용해 된장이나 간장에 절여 먹었다.

그런데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콩잎을 열장 묶음 단위로 판매하곤 하는데 다른 야채에 비해 값이 턱 없이 비싸다. 어리고 연한 새순 콩잎은 철이 지나 구할 수 없지만 거친 콩잎이라도 뜯어다 된장에 절였다 먹어야겠다.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과 여성에게 좋은 이소플라본 등이 풍부해 콩보다 좋다는 콩잎, 조상의 음식 문화 지혜인 보리밥에 자리젓 콩잎 쌈이다. 사상 유래 없었던 찜통더위에 지친 육신을 제주 콩잎으로 보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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